
군대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밥'입니다. 그리고 그 밥을 책임지는 취사병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죠. 혹시 취사병이 그저 편한 보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오늘은 취사병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전설이 된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군대 밥상, 누가 차릴까? 오해와 진실

군대에서 취사병은 단순히 '밥만 짓는 사람'이 아닙니다. 육군 주특기 번호 231116에 해당하는 이들은 보급병과 소속으로, 군의 전투력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육군과 해군에서는 조리병, 공군에서는 급양병으로 불리며 전국적으로 약 1만 5천여 명이 복무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취사병은 전투 훈련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큰 오해입니다. 취사병도 기초군사훈련을 모두 이수하며 기본적인 전투 능력을 갖추기 위한 훈련에 반드시 참가합니다. 특히 혹한기 훈련 때는 전투병들과 함께 야전 취사를 수행하는데, 석유를 연료로 하는 취사 트레일러로 밥을 짓고 석유 램프로 반찬과 국을 조리합니다.
막사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수백 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1일 3회 의무적으로 제공되는 군 식사는 전투력 보존을 위한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취사병의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취사병, 정말 편한 보직일까?
'꿀 보직'이라는 인식과 달리, 취사병은 헌병, 급양, 방공을 묶어 '헌급방'이라 부를 정도로 힘든 보직으로 꼽힙니다. 새벽 4시 전후에 기상해서 조리 준비를 시작하는 것은 기본이고, 저녁 식사 준비와 다음 날 밑반찬 준비, 청소까지 마치면 빨라야 저녁 7시가 됩니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평일과 다름없이 근무해야 하므로 날짜 개념이 모호해질 정도입니다. 대규모 인원의 식사를 준비하는 노동 강도는 상당한데, 취사 지원을 나가본 병사들도 그 고충을 체감할 정도입니다.
| 주요 업무 |
내용 |
| 기상 시간 |
새벽 4시 전후 |
| 업무 종료 |
저녁 7시 이후 |
| 휴무 |
주말·휴일에도 정상 근무 |
| 주요 작업 |
짐 나르기, 배식, 재료 손질, 조리, 설거지, 청소 |
100명 이상의 식사를 준비하는 경우 식재료 단위부터 달라지기 때문에 상당한 체력이 소모됩니다. 삽으로 야채와 고기를 볶고, 대형 솥과 기구를 설거지하며, 취사장의 기름때를 제거하고 배수로 짬을 처리하는 일까지 모두 취사병의 몫입니다.
수백 명 식사, 그들의 숨겨진 기술

라면 1인분을 맛있게 끓이는 것보다 100인분을 맛있게 끓이는 것이 훨씬 어렵습니다. 취사병 전설이되다 웹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량 조리는 난이도가 차원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700명이 약 3일간 먹을 식량을 금요일에 한 번에 받아서 세척하고 미리 절단하는 대량 전처리 작업을 수행합니다. 식재료를 자동으로 손질해주는 기계가 없는 부대에서는 수많은 인원이 먹을 재료를 일일이 손질해야 하므로 칼질이 매우 빨라집니다.
취사병들은 식단 계획, 대량 조리, 식자재 관리, 위생 관리 등 전문적인 기술을 익히게 됩니다. 이러한 대규모 급식 운영 노하우와 조직적인 식재료 관리 능력은 전역 후 외식업, 호텔, 대형 급식 업체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기반이 됩니다.
병사 사기 올리는 밥심의 비밀
허기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충분한 보급이 이루어지는 군인과 그렇지 못한 군인은 체력과 정신 무장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밥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군인들의 사기는 극도로 꺾일 수 있습니다.
2016년 현역 장병 약 1,600명을 대상으로 한 군 급식 만족도 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59.6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5년 대비 1.9점 상승한 수치였습니다. 그러나 위생 청결성 항목은 50점대에 그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긍정적인 인식으로는 규칙적인 식사(25.5%)와 영양 균형(11.6%)이 꼽혔으며, 응답자의 50.3%는 군 급식이 영양가 높은 식단이라고 응답했습니다. 국방부는 2017년 장병 영양섭취기준을 개정하여 1인당 1일 총 섭취열량을 3,100kcal에서 3,000kcal로 줄이고 단백질 비율을 15%에서 17%로 늘리는 등 영양과 선호도를 모두 고려한 식단 개선을 추진했습니다.
전설로 기억되는 취사병 이야기
네이버 웹툰 '취사병 전설이되다'의 주인공 강성재 일병처럼, 실제 군부대에서도 뛰어난 조리 실력으로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취사병들이 많습니다. 2020년에는 국방부 주최로 '황금삽' 트로피를 걸고 군 최고의 조리병을 가리는 요리 대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육군 5군단 '스마트 쿡덤' 팀이 태국 정식을 선보여 국방장관상에 도전했으며, 옥수수 새우 튀김, 고등어 강정 덮밥, 모듬닭튀김, 시금치 아란치니 등 다양한 메뉴가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국방부는 대회 출품 메뉴의 조리법 책을 제작·배포하고, 우수 팀에게는 전역 후 대기업 취업 연계 혜택까지 제공하며 취사병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취사병의 노력이 단순히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군 생활의 질을 높이고 전우애를 다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첨단 기술 만난 군대 주방의 변화

군 급식의 질을 높이고 취사병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군대 주방에도 첨단 기술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2022년 2월, 국방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28연대 식당에 '조리 로봇'을 시범 도입했습니다.
이 로봇은 튀김, 볶음, 국·탕, 취반 등 4가지 주요 조리 작업에 투입되어 운영됩니다. 튀김 로봇은 재료를 케이지에 담으면 자동으로 조리하고 배출하며, 볶음이나 국 조리 시에는 취사병이 재료만 투입하면 로봇이 솥 안의 재료를 섞어줍니다. 쌀 씻는 과정도 자동화되어 고속으로 쌀이 씻기고 적정량의 물이 자동으로 계량됩니다.
이러한 로봇 도입은 조리병들의 화상 사고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단순 반복 작업을 줄여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2026년 1월에는 육군 2작전사령부가 AI 스마트봇 병영식당을 전반기 안에 시범 운영하는 '마음쓰'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등 군 급식 현대화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취사병 경험, 사회에서 어떻게 쓰일까?
군대 취사병으로 복무하며 얻는 경험은 전역 후 사회 진출에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대규모 급식 운영 노하우, 식단 계획, 식자재 관리, 위생 관리 등 전문적인 조리 기술과 관리 능력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외식업, 호텔, 대형 급식 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방 보조나 조리 관련 직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한식 조리기능사, 양식 조리기능사 등 조리기능사 자격증 취득에 유리하며, 급식관리사, 식품위생사 자격증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에는 육군 취사병 출신 9명이 군 경력을 인정받아 푸드서비스 업체에 인턴 기간 없이 바로 정규직으로 채용된 사례도 있습니다. 병무청은 2023년 1월부터 3월까지 조리병 지원자 1,553명 중 65.9%인 1,024명이 자격증이나 전공이 없어도 요리에 대한 관심만으로 선발되는 등, 관련 경력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기회는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군대 식단, 영양과 맛 모두 잡을까?
군대 식단은 장병들의 건강과 전투력 유지를 위해 영양 균형을 중요하게 고려하며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2017년 장병 영양섭취기준을 개정하여 1인당 1일 총 섭취열량을 3,100kcal에서 3,000kcal로 낮추고, 단백질 섭취 비율을 15%에서 17%로 늘리는 등 영양을 강화했습니다.
또한 장병들의 선호도를 반영하여 돈가스, 탕수육, 삼계탕, 전복 등 육류 및 생선류의 급식 횟수를 늘리고, 선호도가 낮은 양파주스는 급식 품목에서 제외했습니다. 2021년 국방부는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기본급식비를 1만 1천 원으로 인상하고(2022년 기준), 장병 선호가 반영된 '선 식단 편성·후 식재료 경쟁 조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50년 만의 '대수술'을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기준 군 장병 1인당 연간 음식물 폐기물 배출량은 국민 1인당 발생량 114kg를 훨씬 초과하는 육군 244kg, 해병대 282kg 등으로 나타나 급식 만족도 저하와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3년 군 급식 만족도 조사 결과, 전반적인 만족도는 5점 척도에서 3.37점이었으며, 특히 '급식의 질' 만족도는 3.28점으로 가장 낮아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됩니다.
취사병, 이제는 다르게 봐야 할 때
취사병 전설이되다는 단순한 웹툰 제목이 아니라 실제 군 생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쉼 없이 일하며 수백 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이들의 노력은 군의 전투력을 유지하는 핵심입니다. 첨단 기술 도입과 함께 취사병의 업무 환경도 개선되고 있으며, 이들의 경험은 전역 후에도 큰 자산이 됩니다. 이제 취사병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